부동산PF 대출 112조, 돈줄 막혀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부동산시장 긴급 점검] 자금시장 경고음

원자잿값·금리 급등에 건설업계 부담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연합뉴스]

원자잿값·금리 급등에 건설업계 부담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연합뉴스]

충주시에 거주 중인 자영업자 오모(40)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해 분양받은 아파트의 시공사인 우석건설이 지난 9월 말 부도가 나면서 이달 1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탓이다. 이 아파트는 5개동 274가구 규모로 내년 9월 입주 예정이다. 오씨는 “시행사(개발회사)에서는 최대한 빨리 대체 건설사를 찾겠다고 하지만, 추가 부담금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분양가 상한제와 3년 전매 제한이 적용된 곳이라 실거주 청약자들이 많은데, 입주 일정이 지켜진다 하더라도 부실시공을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건설은 올 들어 원자재값 급등에 어려움을 겪던 가운데, 광주광역시 공동주택 사업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발생한 부실이 자금 사정을 악화시켜 협력사 전자어음 결제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충남 지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건실한 중견 건설사다. 지난해 매출만 전년 대비 59% 증가한 123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충남권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선 6위를 기록한 바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수익성과 사업을 통해 벌어들일 현금 등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기법. 대출을 받아갈 기업의 자산이나 신용이 아닌 사업을 대상으로 대출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형건설사업에 주로 활용된다.

미착공 비율 늘어 악성 채무 전환 우려

최근 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서 한국경제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데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행보로 경제 전반에 위험이 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대구광역시와 강릉시 등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사업을 진행하면서 PF 대출을 일으키고 분양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이를 상환하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탓에 어느 한 곳의 자금줄이 막히면 관련 업체들이 함께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관련된 시행사나 건설사, 하도급업체 등이 줄줄이 위기에 빠진다는 얘기다. 특히 PF 대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자칫 금융권 위기로도 번질 수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기존 개발사업이 멈춰서면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하는데 과거에 비춰보면 부동산 경기가 돌아서기 전엔 어떤 처방도 힘을 쓰기 어렵다”며 “그나마 투자자금 회수가 용이해야 사업이 계속 추진될 수 있는데,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증권)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저축은행 사태 직후인 2013년 말(38조8000억원)에 비해서는 3배 규모다. 대출 연체율도 2021년 말 0.18%에서 지난 6월말 0.50%로 껑충 뛰었다.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정부도 일찌감치 부동산 PF 대출을 담당하는 금융사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미칠 파장을 우려한 뒤 “PF 대출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PF 대출이 사실상 말라붙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수익성이 확실한 경우에만 대출을 내주는 분위기라 중소 업체들은 사실상 대출이 막혔고, 2금융권에선 금리가 연 10%대는 훌쩍 넘어섰다”며 “무턱대고 대출을 받을 수도 없어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도 애를 먹긴 마찬가지다. 부동산 자금 시장이 얼어붙자 국내 주요 건설사 대부분은 사업 허가를 받고도 첫 삽을 뜨지 못하는 ‘미착공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 상당수가 우발채무 가운데 미착공 비중이 7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지난 부동산 호황기에 시행사가 부지매입 비용을 조달할 때, 시공사인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착공이 늦어질수록 건설사 부담도 커진다. 더구나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늘어난 미착공 사업장은 시장이 돌아서기 전까진 사업을 재개할 만큼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악성 채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상황에선 빚이 아니지만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특수 채무를 일컫는 용어로 건설업계에서는 미분양 사태나 공사 지연 등이 대표적인 우발채무 발생 요인으로 꼽힌다.

부담은 커졌지만 대형 건설사들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 신용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채권 시장에선 건설사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난 7월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SK D&D는 40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고, 이후 건설사의 이름은 회사채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SK에코플랜트와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중소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이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P-CBO를 대형 건설사들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신용등급이 낮아 채권 시장에서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회사채 발행을 돕기 위한 금융기법. 기업이 자체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의 신규발행채권(Primary)을 묶은 뒤 정부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아 신용도를 높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후 위기 대응 차원에서 대기업에도 P-CBO 발행을 허용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지방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미분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8월 말 기준 3만2722가구로 지난해 말 1만7710가구의 곱절 수준이다. 미분양 물량이 계속 쌓이다 어디선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면, 금융권과 가계 등으로 위기가 번질 수 있어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여겨진다. 예컨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금리가 올라가고 다양한 경제 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자금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위기의 시작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대출에 부실이 생기고 건설사들이 도산하는 것은 항상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부실 평가를 꼼꼼히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상품으로 주택 시장이 강세를 보인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선 이 증권들을 다른 금융상품과 결합해 높은 신용등급을 매기는 식으로 판매했으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캐피탈·카드사 등 대출 26조, 은행권 육박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가장 우려스러운 건 제2금융권이다. 위지원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금융기관들의 신규 대출 취급 규모가 줄어들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관련 자금 시장 전반을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특정 업권이 아닌 업체별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캐피탈사와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26조 7000억 원으로 은행권(28조3000억원) 전체 규모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카드 업계 1위 신한카드와 매각을 앞둔 롯데카드 등 일부 업체들이 PF 대출을 빠르게 늘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드사들의 PF 잔액은 지난 3월말 기준 1조4758억원인데 이 가운데 1조 2477억원을 롯데카드가 담당했다.

캐피탈사들도 부동산 PF를 빠르게 늘린 곳으로 꼽힌다. 지난 6월말 캐피탈사들의 부동산 PF 위험 노출액은 24조 9676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침체에 연체율도 빠르게 오르면서 같은 기간 캐피탈사들의 PF 대출 연체 잔액도 229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상반기 추가 장기 자금 조달이 필요한 캐피털사로 한국캐피탈과 메리츠캐피탈, BNK캐피탈, 키움캐피탈 등을 지목한 바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최근 부동산 PF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캐피탈과 증권사가 많이 늘었고 자기자본 대비 PF 비중이 높은 곳이 더러 보이는 상황”이라며 “소규모 증권사와 여신전문회사들을 중심으로 후순위 대출에 들어간 곳들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 부실 위험이 높아지면 제2금융권 전반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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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부동산PF 대출 112조, 돈줄 막혀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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