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중앙일보 일본어판2024.03.01 08:06
한국의 기술 수준이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11개 주요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처음으로 추월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한국은 항공우주·해양, 첨단바이오기술, 차세대원자력 분야에서 주요 5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를 열고 한국을 포함한 주요 5개국의 11개 주요 분야 136개 핵심기술을 비교·평가한 2022년 기술수준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2년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5개국의 핵심과학기술을 비교·평가해 정책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평가 결과는 각국에 등록된 논문과 특허를 기반으로 한 정량적 요소와 국내 전문가 1,3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 정성적 요소를 결합한 것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81.5%로 평가되었고, 세계 1위인 미국은 100%였습니다. 유럽연합은 94.7%, 일본은 86.4%, 중국은 82.6%였습니다. 가장 최근의 2020년 평가에서 한국은 80.1%로 중국(80%)보다 약간 앞섰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중국은 상대편이 한국을 추월하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136개 핵심기술 중 미래산업을 결정하는 50개 ‘국가전략기술’에서 중국과 한국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중국의 86.5% 리드는 한국(81.7%)뿐만 아니라 일본(85.2%)도 추월했습니다.
과거 추세를 살펴보면,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정체, 중국은 성장, 일본은 감소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평가는 2020년 80.1%에서 2022년 81.5%로 1.4%포인트 상승했고, 중국은 같은 기간 동안 2.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2012년 기준으로 일본의 수준은 93.4%, 한국은 77.8%, 중국은 67%였지만, 약 10년 만에 중국은 과학 강국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기술력은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등 2차전지 분야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항공우주·해양, 첨단바이오, 양자, 차세대원자력 분야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첨단모빌리티, 로봇,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량화된 기술 수준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과학 인프라, 연구 지원 등의 요소를 고려한 전문가 평가에서는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원전의 경우 한국과 중국은 모두 83%로 나타났지만,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각각 5년과 4.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두 나라가 비슷한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국이 앞서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첨단 생명공학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이 모두 78.1%로 나타났지만, 일본과 중국은 미국보다 2.6년 뒤졌고, 한국은 3.1년 뒤졌다.
11개 주요 분야를 살펴보면, 2020년 대비 9개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러나 미래산업으로 꼽힌 ‘항공우주·해양’과 ‘정보통신기술(ICT/SW)’ 2개 분야에서는 하락했습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도전성이 높은 기술을 평가과목에 새롭게 포함시킨 영향 때문”이라며 “우주관측 센싱, 달 착륙 및 지표 탐사, 첨단 인공지능(AI) 인프라 등은 어렵더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필수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창진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우주개발을 연구개발(R&D)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기고 있어 이대로라면 20~30년은 더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