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중앙일보 일본어판2024.03.11 09:06
인도네시아 엔지니어들에 의한 한국형 전투기 KF-21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관련 기관의 조사 대상자 외에도 다른 인도네시아 엔지니어들도 유출 사건에 연루되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상황을 잘 아는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경찰은 인도네시아인 A가 꺼내려고 했던 USB 메모리 스틱에 저장된 기밀 또는 반기밀 문서를 분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소식통은 “다른 인도네시아 엔지니어 B가 문서 작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공동개발을 위해 파견된 인도네시아 엔지니어 17명의 팀장인 A씨는 지난 1월 허가받지 않은 USB 여러 개를 들고 퇴근을 시도하다 검사대에 적발됐다. 방위사업청, 국방정보사령부, 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단은 A씨를 35일간 수사한 뒤 지난달 2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합동수사팀은 A씨에 대한 의심만 명확히 밝힌 뒤 경찰에 사건을 넘겼지만,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B씨를 살피고 문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추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소식통은 “수사 당국이 USB에 담긴 KF-21 설계도를 무단으로 촬영한 사람을 우선으로 잡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다른 인물에 대한 의심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USB에 기록한 정확한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법의학적, 과학적 수사를 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B씨에 대한 기소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또한 USB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작성된 수많은 보고서가 발견되면서 앞으로 조사 대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 엔지니어들의 KF-21 기술 유출이 계획적이고 조직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합동수사팀은 A가 꺼내려던 USB에 4,000~6,600건의 문서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의 수사 요청 전에 KAI는 합동수사팀에 “USB에 들어 있는 문서 중 의미 있는 내용은 10건도 안 된다”며 “이 문서 중 일부는 KAI가 공유를 인정한 문서지만, 허가 없이 촬영한 KF-21 설계도도 있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USB에 KF-21용 3D 모델링 프로그램인 ‘카티아’가 들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역시 수사에서 명확히 밝혀야 할 사안이다. 카티아는 설계 도면을 3D 모델로 변환하는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KF-21 기술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KAI는 인도네시아 엔지니어들이 KF-21 기술을 직접 연구하면서 카티아나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수 있지만, 엄격한 통제 시스템 때문에 KAI의 기술이 직접 유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 수사를 통해 더 광범위한 문서와 진술을 얻을 수 있으므로 카티아가 실제로 USB에 포함되었는지, 그리고 KAI의 입장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명확히 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USB에 있는 데이터가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되었는가인데, 관련 기술 정보는 본국과 파견 엔지니어 간에 장기간에 걸쳐 공유되기 때문이다. A는 “USB는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았으며 KAI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KAI 개발 센터에서 USB 사용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