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중앙일보 일본어판2024.01.22 09:45
반도체, 생명공학, 미래차 등 첨단산업 수출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은 지난 4년간 2위에서 5위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첨단산업 수출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의 관련 수출이 상대적으로 정체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수출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2년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미래차, 생명공학, 로봇 등 6대 첨단산업에서 6.5%(수출액 1,860억 달러, 약 28조엔)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8년 8.4%(1,884억 달러)에서 1.9%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한국의 시장점유율도 4년 만에 2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중국은 1위를 유지했고, 독일(2위), 대만(3위), 미국(4위)이 한국이 남긴 공백을 메웠다. ITC는 미국이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을 관리하기 위해 운영하는 독립 행정기관이다.
◇첨단기술 시장 성장에도 한국은 부진…왜?
한국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 정체’다. 세계 6대 첨단산업 수출은 지난 4년간 24.2% 늘었지만, 한국 수출은 0.6%만 늘었다.
산업별로 시장을 살펴보면, 반도체 수출 부진이 한국의 시장점유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도체는 6대 기술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반도체 수출은 2022년 이들 산업의 한국 전체 수출의 69% 또는 1,285억 달러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수출 시장은 2018년에서 2022년 사이에 37.5% 성장한 반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실제로 0.6% 감소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13.0%에서 9.4%로 떨어졌고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떨어졌습니다. 중국은 1위를 유지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전기자동차(EV) 생산 증가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지만, 한국은 중국, 대만, 미국 시장과의 경쟁에서 압박을 받아 왔으며, 이는 한국의 강력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침체는 대만의 급속한 성장과 일치합니다. 대만은 반도체 수출 시장 점유율에서 2위였던 한국이 비운 자리를 메웠습니다. 4년 동안 대만은 반도체 수출을 1,110억 달러에서 2,107억 달러로 늘렸고 수출 시장 점유율은 11.2%에서 15.4%로 늘렸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수출은 4년 동안 3,720억 달러 증가했으며, 그 중 대만의 수출 증가는 27%를 차지했습니다. 이 붐의 중심에는 대만의 TSMC가 있습니다. 대만 정부는 TSMC에 토지, 산업용 수자원 등에 대한 국가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2022년 R&D 및 자본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높여 반도체 우위를 위한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 성장 덕분에 대만의 6대 기술 산업에서의 수출 시장 점유율도 2018년 5위에서 2022년 3위로 상승했습니다. 대만의 반도체를 제외한 5대 기술 산업에서의 수출 시장 점유율은 작지만, 반도체 시장이 기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가능합니다. 2022년 현재 반도체 시장은 6대 기술 산업의 48%를 차지할 것입니다.
독일, EV 전력으로 2위 차지
이 분석에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독일의 시장 점유율 증가(8.0%에서 8.3%)입니다. 순위도 3위에서 2위로 올랐습니다. 분석 대상 6개국(한국,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대만) 중 대만과 독일만 시장 점유율이 증가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분석팀 정재호 선임연구원은 “독일은 미래차, 바이오 등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산업 분야에서 예전처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미래차(하이브리드 전기차, 일반 전기차)의 세계 수출은 250억 달러에서 1,407억 달러로 5.6배 증가했고, 이 기간 동안 독일의 시장 점유율은 24.7%에서 27.9%로 증가했습니다. 독일은 또한 바이오산업 수출 시장(14.8%)에서 1위를 차지하며 2위인 미국을 3.2%포인트 앞서고 있습니다.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독일 폭스바겐 그룹은 소위 ‘디젤게이트’ 이후 하이브리드와 EV 차량으로 빠르게 전환했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프리미엄 EV 시장에서 선구자였다”며 “독일 전기차는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많아 수출 물량이 상당히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이 따라잡으면서 미래차 수출 시장 순위는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2018년 1.4%에 불과했던 중국의 미래차 수출 점유율은 2022년 16.1%로 독일에 이어 2위로 오를 전망이다. 김 사장은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의 성장 모멘텀을 감안하면 현재 3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 토요타, 현대가 BYD, 테슬라, 현대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독일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2차전지 분야 압도적 선두
한편, 한국은 분석 기간 동안 2차 전지 수출에서 2위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12.7%에서 7.6%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압도적인 1위 국가였던 중국의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td.(CATL)의 급속한 성장에 기인하며, 4년 동안 시장 점유율이 25.9%에서 43.6%로 증가했습니다. 기업계는 한국 정부가 첨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주요국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통제법(IRA), 유럽연합의 디스플레이법 등 첨단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기술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 및 혁신인력 양성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돼야 하며, 규제완화, 세제지원 확대 등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