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중앙일보 일본어판2024.02.08 12:02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 관련 자료를 빼내려다 적발된 사건이 어제 21일째다. 고마워. 국정원과 국군방첩사령부 등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혐의를 받고 있는 엔지니어가 USB 플래시 드라이브에 꺼내려고 한 문서의 수는 6,600개에 달할 정도로 엄청났으며, 일부 파일은 암호화되어 해독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기술 탈취 시도였음을 보여준다.
T50 초음속훈련기 개발에 성공한 KAI는 한국형 전투기인 KF21을 개발하면서 인도네시아를 초청해 참가했다. 조건은 인도네시아가 초기 개발비의 20%인 1조7000억원을 부담하고, KAI가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자료를 이전하는 것이었다. KF21은 2022년 7월 초도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초음속 비행과 야간 비행, 무장장전 테스트 등을 거쳐 최종 완성 단계에 돌입했다. 약속과는 달리 인도네시아는 아직 1조원이 넘는 개발비를 지불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KAI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항공 관련 기술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KAI의 설명대로 검색대에서 USB 메모리가 발견됐는데, 시도했다면 다행이었다.
문제는 이번 기술 유출이 KAI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 회사에서 반도체 공정이나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가 중국 등 외국 기업으로 이직하거나 관련 정보를 해외에 전수한 사례도 적발됐다. 기술이 유출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전수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 산업은 정보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첨단과학기술의 집합체인 군수산업의 경우 늘 기술포획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보당국이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보안 교육을 실시하고 실태를 점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KAI뿐만 아니라 생명이 안보인 방산업계 기업들도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보와 기술을 보호할 일차적인 책임은 보유자에게 있습니다. KAI는 한 명의 엔지니어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곧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또 하나 확인해야 할 문제는 기밀자료를 사내 USB 메모리로 쉽게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정보보호 당국은 앞으로도 사업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기술 유출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본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갖춘 강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