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에 한국 고유 기본기술 담았다…정부 “경제안보 큰 그림” 놓쳐 | 중앙일보 | 중앙일보


ⓒ 중앙일보/중앙일보 일본어판2024.05.13 06:51

야후 라인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과도한 압력을 개별 기업의 경영권 보호 문제로 여기고, ‘큰 그림'(장기 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일 관계에 어긋나는 일본 정부의 행보에 신중히 대응하기는커녕, 정치권에서는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 공공-민간 합동공세는 지난해 11월 LINE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본격화됐다. 총무성은 올해 3월과 4월 두 차례 행정지도요청을 내어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사실상 눈감아줬다. 기본적인 독점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글로벌 플랫폼 전체를 넘기는 상황에서 현재 상황이 보안 문제라는 인식이 전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일본이 2차 행정지침을 내린 지 20일 만인 이달 10일이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일본의 행정지침이 주식 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지만, 이는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조치가 취해진 경우”에 한한다.

한국 정부는 별도 성명을 낸 뒤에도 “네이버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LINE과 야후를 매각하고 지분을 매각해 이익을 보더라도, 회사가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일본 정부의 행정 지침을 따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외교 성과로 꼽히는 한일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정부가 지나치게 조심조심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월 대통령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 경제안보3차장실이 신설됐지만, 현 상황에서는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야당은 LINE과 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린 총무장관 마츠모토 다케아키가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라는 반일 프레임을 내세웠다. 하지만 마츠모토는 일한의원친선연맹의 일원으로 평가받으며 양국 협력에 기여한 바 있다. 여당마저도 “일본의 네이버 금지 방침”과 “적합한 국가에만 취해지는 조치”라는 발언을 했다.

마츠모토는 10일 기자회견에서 “(행정지도는) 경영권 관점에서 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7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정부가 회사에 주식 조정을 압박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의 의도와 관계없이 LINE과 야후는 행정지도의 “자본관계 재검토”를 모회사의 주식 조정 요청으로 해석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일본 정부의 해명은 “책임 회피”로 볼 수 있다.

도쿄의 한 외교 소식통은 “총리실과 외무성은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한국의 반발이 있기 전까지 외교적 이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지 못한 듯하다”며 “한국 정부와 양국 여론을 지켜본 뒤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은 “결국은 양국 간 신뢰 문제”라며 “정부가 ‘일본이 지금의 한일 관계를 이렇게 보는가’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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